얼떨결에 쓰게되는 아이언맨 고성 70.3 후기
아마도 아이언윙 카페에 쓰는 첫 후기 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후기도 가끔 쓰고 그랬는데 언젠가부터는 땀에 절은 배번 뒷면에 작은 소회를 적는 것 만으로 대신하면서 후기를 안 적었네요. 그래도 아이언윙에서 3명이 아이언맨 고성 70.3에 참가했고 함께 갔던 보문, 호석이 후기를 썼길래 저도 얼떨 결에 대회 소회를 남겨보려 합니다.
프롤로그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옛부터 트라이애슬론 대회는 빨간 모자를 쓴 IRONMAN 브랜드 대회와 그 외 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구례에서 아이언맨 킹 코스를 한다 했고, 절반 정도의 거리의 70.3 대회를 고성에서 해마다 치뤄지곤 했는데
2025년에는 구례와 고성을 패키지로 묶어 조금 할인 해 준다고 한다.
얼떨결에 멀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고성 70.3에 덜컥 신청하였다.
하프거리로 참석하였던 여주 그레이트맨대회와 철원 피스맨대회가 여차저차한 이유로 '25년에는 개최되지 않는다 하니 핑계는 좋았다.
난 빨간 모자의 아이언맨 로그가 좋다. 비싸서 좋은가 보다.
경남 고성을 가는 길은 참 멀다. 목/금요일에 있는 회사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안동에서 숙박을 하고, 금요일에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진주에서 다시 1박. 토요일 오전에 대회 장소인 고성 당항포에 도착. 참 머나 먼 여정이다.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차에서 자전거를 내리는 것이 꺼려진다. 조금 있으면 날이 갠다 했으니 밍기적 밍기적...




등록을 하고, 이래저래 엑스포 기웃거리다가 이것저것 행사 상품도 받고 일찍 도착한 철우들을 만나 인사도 한다. 내가 만나는 철우들은 대부분 고철이다. 아직 현역에서 활동 중인 고철들. 참으로 오랜 인연들.





밍기적 거리다 3시가 넘어 자전거를 거치하고 수영웜업을 한다. 파도는 잔잔하고 물맛은 좋다. 언제나 부족한 수영. 그냥 기본만 하자 라는 생각을 오늘도 한다. 내일도 할 것이다.
보문이, 호석이를 만나 저녁을 먹고 각 종 백을 챙기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 날씨가 도와주길 바라면서...
새벽에 일어나 미리 준비한 단팥죽과 달리그라로 아침식사 후 각종 백을 챙겨 바꿈터로 이동하면서 머릿속으로 오늘의 대회를 그려본다. 수영에서부터 바꿈터를 거쳐 자전거 또 바꿈터 그리고 런 주로에서의 나의 모습을...
그렇게 한 바퀴의 필름 재생이 끝나면 재생되지 못한 빈 곳이 나타나고 빈 곳을 어떻게 무엇으로 메꿀 것인지 판단하고 준비한다. 그래도 고성대회는 처음이라서 주로 파악이 안된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된다.
Swim 1.9km, 42:35
언제나 그렇듯이 수영은 내게 계륵이다. 잘하지 못해서,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무탈하게 끝내고 싶다.
어제 웜업을 하면서 500m를 15분에 하고나니 더욱 걱정이다. 너무 늦게만 나오지 말자 했는데 딱 그 수준이다.
오랫만에 몸싸움 없이 레인 옆으로 가볍게 가볍게 해 본다. 레인에 붙어 막히면 조금 속도를 올려 추월하고 다시 페이스 유지하고... 난 물 속에서 헥헥되는 내 모습이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시간 단축이 안된다.
T1 (2:19) & Bike 90km, 2:27:25 (34.09km/h)
바꿈터에서의 동작은 수영 마무리에서부터 생각한 대로 움직인다. 수경을 올리고 지퍼와 상의를 내리고 소금기를 씻어내기 위해 민물을 뒤집어 쓴다. 바이크가 있느 1126번까지의 최단 경로를 생각하며 뛴다. 이번대회에서는 아이언맨 아치를 지나 바로 좌회이다.
고글을 쓰고 헬멧을 착용한다. 슈트를 마저 벗어 바구니 안에 우겨 넣는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착용하는 ABUS GameChanger 에어로 헬멧이다. 지금까지 에어로 헬멧 착용법을 몰랐었다. 지난 주 충북탄금호 대회에서 엑스포에 들렀다가 착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집에서 몇 번 시도해 보았다.
주로를 모른다. 언덕이 나오면 기어비를 낮췄고, 약 내리막이거나 평지에서는 과감히 파워를 올렸다. 15키로까지는 파워를 올리지 않는다. 때로는 맞바람에 힘들어하고, 내리막과 뒷바람에 즐거워하면서 늘 함께한 바다를 본다. 코스가 좋다. 정말 좋다. 몇 번을 턴 했는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 그저 파워와 케이던스 숫자와 주변의 풍경을 만나다 보니 60키로가 넘어가고 80키로가 된다. 이제 남은 거리 10키로.
대충 어디쯤인지 가늠해 본다. 이제 다리를 건너 우측에 바다를 끼고 해안도를 돌아 나가면 된다. 그렇게 2시간 30여분의 여정이 끝나간다. 조금 아쉽다. 평속 35를 목표로 했는데 부족하다. 아쉽다.


T2 (1:44) & Run 21km, 1:42:22 (4.55km/h)
하차선이 생각보다 갑자기 나타난다. 벨크로를 풀고 발을 뺏어야 했는데 아직 발이 신발 안에 있다. 한 쪽발은 신발에서 뺄 여유도 없이 하차. 클릿에 매달려 있는 한 짝의 슈즈. 다른 한 쪽은 손에 들고 맨 발로 바꿈터 진입. 이런 실수를...
자전거롤 거치하고 배번을 착용하고 젤, 모자, 러닝 고글을 들고 뛰쳐 나간다. 나가자 마자 U-Turn. 보급. 물 두 통을 낚아 채어 머리에 들이 붓는다. 덥다. 더워..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바짝 선 언덕. 악 소리가 난다. 이 언덕을 세번 넘어야 하다니... 조금 더 가니 더 긴 언덕. 내리막...
보급소마다 2리터 물통을 받아 온 몸에 붓는다. 물로 식혀진 몸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주로를 버텨 낼 힘을 준다.
첫 랩은 물만 부으면서 뛴다. 건너 편의 주자를 보면서 대충 순위를 가늠해 보지만 출발 시각이 다르니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알 수는 없다. 50대 후반 에이지의 주자들이 3~4명 지나 간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결승점을 달리는 수 밖에 없다.


예전이지만, 동시출발하던 시기에는 런 주로에서의 순위가 최종 순위였다. 그래서 누군가는 배번을 뒤집거나 접어서 경쟁자가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무조건 최선을 다한 후에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2랩 언덕을 오르면서 신호가 온다. 화장실. 아~~~ 어떻해야 하지. 수 많은 생각이 든다. 작은 용변이야 이미 수영하면서 자전거타면서 달리면서 해결하면 되지만 큰 용변을 어쩔 수 없다. 두 번째 보급소 전에 간이 화장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화장실 전에 상의를 내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로... ㅠ.ㅠ 3~4분을 까먹은 듯 하다. 이 또한 내 역량의 범주에 있는 것이니 감내할 수 밖에....
주로에서 응원해 준 많은 철우들과 동네 주민들이 흥겹다. 덥지만 뛸 만하다. 그렇다고 페이스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마지막 결승점을 향한다. 옷 매무새를 정비하고 달음질 쳐 본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도전은 끝이다.
Finish time 5:06:23
6번째 (50대 후반)
82번째(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