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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Triathlon

2017. 11. 05 중앙서울마라톤, 3:24:32

 

 

- 에필로그 -

다시 달리고 싶었다. 이제는 다시 주로에 나서도 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49. 결혼 10년차. 결혼과 함께 주로를 떠났고, 산을 떠나 속세에 둔거하였다.

 

2006년 5월 Denali Peak 원정등반, 2006년 8월 제주아이언맨대회는 오랫동안 나의 마지막 움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 기록의 끄트머리에 이어가고 싶었다. 10년의 시간.

 

아이를 업고, 메고 간간히 산을 오르고 잊지 않을 만큼 자전거를 탔고, 탄천을 조금빠르게 걸었었다. 하와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잊어 본 적이 없다. IRONMAN World championship.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꺽여가던 9월. 중앙서울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했다.

그래,  썩어도 준치라했는데 , Sub-3를 뛰던 실력인데, 어떻게든 완주는 하겠지. 신발장을 뒤져 10여년전에 함께 주로를 달리던 마라톤화를 꺼냈다. 아직 쓸만하다. 그 옆에는 NewBalance 마라톤화가 택(Tag)도 떼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오랫동안 쉴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공동구매했던 신발.

 

집앞 분당천으로 나갔다. 율동공원을 한바퀴 돌고, 또 한바퀴를... 그렇게 10여년이 공백을 허물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몸은 기억한다.

 

몸은 기억할 것이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주위 분들이 격려의 말로 하곤 했다. "몸이 기억할 것야", "몸이 기억하니 금방 올라올거야"

 

편하게 5분페이스를 달리고 싶었다. 율동공원에 표시된 거리를 기준으로 페이스를 계산해 본다. 5분페이스에 헉헉거린다. 어느날 거리를 늘려 10Km를 뛰었다. 다리 근육이 뭉친다.

거리를 줄이고, 페이스를 올려본다. 4분 30초 페이스를 목표로... 힘들다.

 

10월 1일, 인천 송도에서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로 복귀신호를 알렸다. 런에서 끝내는 걸었다. 아직 영글지 않은 몸뚱아리. 

           02:46:31   33:13(S), 03:11(T1), 01:14:20(B), 01:02(T2), 00:54:42(R)

 

절대 부족한 훈련량이 말해 준다.

8월 84Km(Run), 130Km(Bike)

9월 60Km(Run), 150Km(Bike)

 

송도대회 이후 런에 집중했지만 130Km의 훈련량으로 무엇인가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풀코스 후반부를 기억할 수 있게 30Km LSD 실시. 마지막 5Km를 남겨놓고 에너지 부족과 영글지 않은 몸을 핑계로 퍼진다. 라고 적지만 사실은 고통을 이겨낼만큼 정신 또한 영글지 않았다. 몸이 기억하기는 개뿔~

10월 130Km(Run), 40Km (Bike)

 

던져진 주사위

 

쌀쌀한 날씨에 무엇을 입어야 할지, 뉴트리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게 낯설다.

파워젤 4개와 크램픽스 반병을 챙긴다. 후배로부터 복귀선물로 받은 레이스벨트를 챙긴다.

 

기록없는 마라토너. D-Group. "4시간안에만 들어오자."라고 적지만 마음속으로는 3:30을 다짐한다. 그룹별 안내 입간판은 움직이지 않는다. 출발 총성이 울린다. '아~ 엘리트들 출발하는구나' 생각한다.  D-Group 안내 입간판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느낌이 이상하다. 종합운동장을 나와 주로로 나간다. 10Km 주자와 D 그룹 주자가 엉켜있다. 사회자가 떠든다. 10Km 출발 오분전이란다. '헐~ 이건 모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움직여본다. 힘겹게 힘겹게 뚫고 나가보니 풀 코스 주자들은 저 멀리 멀리...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엉겹결에 출발이다. 역시나 오래된 타이맥스 아이언맨 시계의 스타트버튼을 누른다. 선두그룹 출발하고 10~15분은 늦게 출발한 듯하다. 페이스에 대한 감각을 맞출 수가 없다. 그저 몸이 가자는대로 나아갈 뿐이다. 발을 내 딛는 곳마다 앞선 주자들이 있다. 피한다. 또 있다. 또 피한다.

 

잠실역쯤에서 5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만난다. 난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나고 싶었다. 1Km 이정표가 있다고 했는데 지나쳤는지 없는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문제는 나의 페이스를 가늠할 수가 없다. 그래도 호흡은 평온하고 다리는 쓸만한 것 같다. 아직 시작이니까.

  이때부터 페이스케이커 풍선 따라잡기를 시작한다. 4시간 40분을 잡고, 4시간 30분을 잡는다. 5키로 이정표가 보인다. 페이스가 빠르다. 23분.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한다. 가보자!

 

10키로다. 46분. 그렇게 수서역을 지나고 세곡사거리를 지난다. 어느 해인가 지금은 없어진듯한 경향마라톤을 오늘과 비슷한 코스로 뛴 적이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세곡사거리를 지난 수서역으로 향하는 서울 공항을 지날때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만난 듯하다. 이제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목표다. 절반을 넘었다. 아직 견딜만하고, 페이스는 유지된다. 

 

순간 왼쪽 새끼발가락에서 엄청난 통증이 밀려온다. 

 

이름  10KM  20KM  30KM  40KM 기록  페이스
 서성원  46;54  47:44  48;05  50:53  3:24:32  4:51